그래핀이란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 격자를 이루며 모여, 2차원 평면을 이루고 있는, 벤젠 구조가 확장된 형태입니다. 평소 흔히 쓰는 연필심은 흑연인데, 흑연이 바로 그래핀들이 여러 겹 쌓여 있는 3차원 결합구조의 형태입니다. 그리고 흑연에서 2차원 탄소 결합 층을 떼어내면 그래핀이 됩니다.
그래핀의 이름은 "흑연" : "Graphite(그래파이트)" 와 탄소 이중결합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가 결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참고로 그래핀 구조를 축구공으로 말면 풀러렌이 되고, 원기둥 모양으로 말면 탄소나노튜브가 됩니다.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순으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래핀의 특성
1. 기계적 물성
그래핀은 탄성계수(고체 역학에서 재료의 강성도)가 약 1.0TPa이고, 기계적 파괴강도(파괴되기까지 나타나는 공칭응력의 최댓값)가 약 130GPa입니다. 다이아몬드와 탄성계수가 비슷하고, 파괴강도는 강철의 약 100~200배 정도에 이르는 아주 강한 물질입니다. 이후에 나오겠지만, 이렇게 단단하면서도 탄성변형을 25%까지 일으키는 물질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래핀은 대단합니다.
Pa(파스칼)
1파스칼은 1제곱미터당 1뉴턴의 힘이 작용할 때의 압력입니다.
강성도
외력을 받아 탄성체에 변형이 일어났을 때, 변형력을 변형으로 나눈 값입니다.
공칭응력
재료의 변형이 있기 전, 초기 단면적을 대입하여 계산한 단위 면적당 작용하는 힘의 값입니다.
2. 전기적 특성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의 높은 전기전도도의 특성을 보입니다. 형태가 변형될 때도 전기전도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다양한 전자부품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핀이 여러 겹 쌓인 흑연이 그래핀만큼 전기전도도가 높지 않은 것은 그래핀에 존재하는 전자가 질량이 없는 광자처럼 행동하여 멀리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핀은 왜 전기전도도가 높은가?
그래핀에는 육각형 격자에 결합하지 않은 비편재화된 전자가 각 탄소 원자마다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비편재화된 전자는 임의의 한 원자 또는 한 공유결합에 속하지 않은 전자를 뜻합니다.
풀러렌이나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다 벤젠의 구조가 확장된 형태입니다. 벤젠은 각 탄소가 세 개의 결합을 하고, 가운데에 원을 그린 형태로 표기합니다. 이러한 표기법은 고리구조 내의 전자가 특정 화학결합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고리구조 내 결합의 어느 곳에든 존재할 가능성이 동등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전자에 대한 전기적 힘은 고리 전체에 걸쳐 균일하고, 이런 비편재화는 공명구조를 생성합니다. 공명구조는 탄소 육각 고리에 이중결합과 단일 결합이 번갈아 가면서 존재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므 전기전도도가 높아집니다.
(예시) 탄소로 구성된 흑연과 다이아몬드의 원자구조를 상상해 봅시다. 다이아몬드는 원자가 각각 네 개씩 공유결합을 이루는 데에 반해, 흑연은 세 개씩 공유결합을 이룹니다. 그래서 각각의 탄소 원자는 층 사이에 비편재화된 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 전자들은 흑연의 평면을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탄소로 만들어졌어도 흑연의 전도도는 높지만, 모든 전자를 공유결합하는 데에 쓴 다이아몬드의 전기전도도는 매우 낮습니다.
3. 열적 특성
보통 열의 전달은 전자가 관여하기 때문에 열전도도가 높은 재료는 전기전도도가 높고,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그래핀은 열전도도가 5,300W/mK이나 되는데, 구리가 384W/mK, 열전도도가 높은 다이아몬드가 2,200W/mK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전기전도도가 낮은 다이아몬드는 왜 열전도도가 높은가?
다이아몬드는 전자가 아닌, 매우 높은 주파수의 격자진동으로 열을 전달하는 특이성을 띠기 때문에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절연체면서, 동시에 열전도를 잘합니다.
4. 광학적 특성
그래핀은 한 층으로 되어있으므로 매우 우수한 투과도를 가집니다. 단일 층은 무려 투과도가 97.7%나 되고, 층이 늘날수록 투과도가 2.3%씩 낮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가스차단 특성
그래핀은 휘어지고 늘어지는 기계적 물성을 가지면서 거의 모든 가스를 차단할 수 있는 이상적 구조를 가집니다. 보통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발광 소재는 공기 중의 산소와 수분에 취약하므로 이를 차단하기 위해 가스 차단막을 활용합니다. 요새는 디스플레이가 변형될 수 있도록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가스 차단막의 형태도 변화시켜야 하므로 그래핀이 새로운 가스 차단막 재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5. 치수 안정성
치수 안정성이란 어떠한 환경이나 조건에도 물체의 형상과 치수가 변하지 않는 성질을 말합니다. 앞에서 많이 언급했듯이, 그래핀은 휘어지고 늘어져도 전자가 잘 이동하여 높은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를 유지하고, 가스 차단도 잘 해냅니다. 투과도도 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매우 안정한 탄소 원자 간의 결합을 통해 형성된 2차원 물질이기 때문에 물체의 열팽창과 온도 사이의 비율도 낮아서 매우 안정합니다.
그래핀을 얻는 방법
1. 기계적 박리법
이 방법을 통해, 2004년에 물리학자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처음으로 그래핀을 분리해 내고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기계적 박리법은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을 꾹 눌렀다가 떼는 것을 반복해서 얇게 만든 후, 얇아진 흑연을 평평한 실리콘 판에 붙이고, 손으로 세게 눌러준 뒤 살살 떼어서 그래핀을 얻는 방법입니다.
2. 화학 증착법
화학 증착법은 탄소와 흡착성이 우수한 전이 금속을 촉매로 사용하여 그래핀을 합성하는 방법입니다. 합성된 그래핀에서 촉매층을 제거하여 그래핀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에픽텍셜 합성법
에피텍셜 합성법은 탄소가 포함된 재료를 약 1,500℃의 고온에서 열처리하여 그래핀을 얻는 방법입니다. 기계적 박리법, 화학 증착법보다 비싸고, 결과물로 나온 그래핀의 특성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4. 화학적 박리법
화학적 박리법은 흑연을 산화시킨 후, 물과 닿게 하면 산화 흑연의 강한 친수성으로 물 분자가 면과 면 사이에 침투하게 되어서 면 간 간격을 벌리고, 초음파 분쇄기를 통해 그래핀을 얻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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